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ɪnspə|reɪʃn

Hendrick Goltzius



Artist: Hendrick Goltzius (1558-1617)
Title/Year: Lot and his daughters/1616
Technique: Oil on canvas (140 x 204 cm)



이 그림은 처음 봤을 때 부터 한번 이야기 하고 싶었던.. 매력적인 그림이라고 생각했어.. 
Goltzius.. 작가가 지난 밤 있었던 일들을 그림의 어두운 부분에 어둡게 그려놓은 이유는..
그건 아마도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는.. 어두운 곳 에 숨겨둬야 하는 것 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은 허공에 술을 따르는 것 처럼.. 지금의 가치관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일 일 수 도 있고.. 탁자에 떨어지고 있는 나이프 처럼 불안정하며 아직도 끝맺지 못한 심리의 이야기 일 수도 있어.. 



어딘지 모르게 일그러진 강아지의 표정.. 오른눈으로는 시선을 마주하지만..다른눈은 피하고 있어. 
비밀을 알고 있지만 묵묵히 지켜야할 때의 표정이지.. 그 비밀이 나에 관한 것 이 아닐지라도..
부정하기도, 인정하기도 낭패스러운 그래서 놀랍고 두려운 표정이 동시에 담겨 있군..



모르는 척 하지만 이미 알고있는 사실을 인정하면 된다. 그걸 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된다...
술잔을 들고 끼어드는 손과 기대며 다가오는 무릎을.. 받아 들이면서도.. 허벅지로는 풀어놓지 못하는 얇은 천의 끄트머리 자락.. 다소곳 모은 팔은 어느새 함께 하기로 한 일을 돕고 있어.. 아..



너무 많은 의미부여와 억지스런 확대해석은 명화 감상을 망치기도 해..싫어.. 하지만 ..
감추어진 곳에서 뿌리를 시작한 줄기가 여위어 자라는 것을 의미 없이 그려놓진 않았을 거야..
어쩌면 그렇게 해서 근근히 이어가다 소멸한 열성형질의 역사를 의미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롯을 가리고 있는 붉은 천과 딸이 깔고 앉은 푸른 천은 알겠어. 하지만 저 흰색 천은.. 웁's... 의미하는 바 없는 작은 우연일까? 아니면 별것 아닌 것을 들추는 내 마음일까.. 모르겠다..



반대편으로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롯의 아내를 볼 수 있는 곳에서 정면을 보고 있는 여우..
불타는 도시와 소금기둥이 된 아내..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써 전개되고 있는 상황..
여우는 이렇게 될 것 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응시하고 있어.. 이런 영악한..

친밀한 듯 가까운 그들은 사실 당혹스런 표정으로 서로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니?.. 그것은 체념 인듯 하기도 하고.. 당혹스런 웃음 인것 같기도 하고.. 덤덤한 무표정 인 것 도 같고.. 그것은 말할 수 없는 비밀 .. 피하고 싶은 현실을 인정해야 할 때의 우리의 표정인지도 몰라..

지금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그림에 담긴 이야기와 심리의 표현이 매력적인 그림이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