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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lipse: Epilogue

Epilogue. 세계천문의해 .. 금세기 최고의 우주쇼 .. 기억보다 사진 ..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지금까지 있어왔던 일식 사진보다 훨씬 많은 수의 사진들이 한꺼번에 블로그에 올라왔다. 구름 속에서 초승달 처럼 아련히 빛나는 디자인으로 찍은 사진도 있었고, 깔끔한 연속촬영으로 교과서에 실어도 손색이 없을 사진도 많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사진들이 비슷한 구도의 것이라는 점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이, 태양은 일반적인 풍경과 매치시키기 까다로운 촬영조건을 가지고 있어서 적절한 합성효과를 넣거나 절묘한 타이밍이 따라주지 않으면 괜찮은 컴퍼지션으로 디자인 하기가 어려운 피사체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 일식은 분명 희귀한 순간임에도 드라마틱하게 찍은 한장의 사진을 만들기가 어렵다.
난 멋진 구도의 사진을 보면 과연 그것이 촬영자의 치밀한 계산에 의한 의도된 구도였을까 .. 아니면 우연이었을까? 합성은 아닐까? 나도 그렇게 찍을 수 있을까? 자꾸만 미련이 남는다.



일전에 어느 화가의 인터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림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물었는데 화가가 답하기를 .. 의도 같은 건 없고 그저 얼떨결에 그렸다고 한다 .. 얼떨결 이란다 .. 나 참.. 누구는 쥐어짜듯 애를 써도 그림 하나 그리기 어려운데 .. 얼떨결 이라니..



하지만 되짚어 보면 그말은 액면 그대로의 얼떨결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 좋은 그림을 그려낼 감수성과 내공이 얼떨결에 드러남을 말하는 것 같다. 감수성과 내공이 바탕에 있어야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아직까지의 나는 좋은 사진을 찍기에는 감수성도 내공도 부족한거 같다.

다음 일식은 2010년 1월 15일 오전 10시 .. 그때는 나도 한번 얼떨결에 사진을 찍고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일식 사진은 잘 찍은거 같지가 않아서 미련이 남는다. 
위의 사진들은 모두 건져온 사진들인데.. 우연이든 합성이든 내공이 장난이 아닌 사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