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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x de Haman

호두농장-상리농원

늦은시간.. 홈페이지의 휴대전화 번호를 보고 전화를 넣어 내일 농장에 가보고 싶다 했더니 .. 이제는 수확도 대체로 끝나고... 종자호두는 다 팔리고.. 일반호두만 남아있다고 하신다.. 호두에 관심이 있어서.. 농장에 한번 가보고 싶고.. 호두도 좀 사고싶다 했더니 흔쾌히 응해 주신다.

 

 

"예천에 호두농장이 있어?" 예천에서 살았다는 아내도 예천의 호두농장은 처음 듣는가 보다.. 건축사 미팅 일정을 금요일로 미루고 예천 처가댁을 다녀오면서 상리농원도 함께 다녀오기로 했다.. 상리농원.. 한번도 가보지는 않았지만 좋은 느낌을 주는 농장이어서 꼭 가보고 싶던 터였다.

 

 

인터넷 사진으로 보는 느낌과 실제 손으로 만졌을때 느껴지는 느낌은 확실히 다르다.. 나는 호두열매가 주는 단단하고 동글동글한 느낌이 좋다... 톡 하고 청피를 밟으면 떽데굴 하고 굴러 나오는 매끈한 호두가 참 예쁘다.. 그리고 황순원의 소나기... 그때부터 시작된 막연한 동경...

 

 

사장 아저씨는 초면의 나를 인사할 틈도 없이 트럭에 태우고는 농장으로 올라가 나무를 보여주셨다.. 흙을 만져보고.. 호두재배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한참 하다가 문득.. 사장 아저씨의 갈라진 손톱과.. 깊이 물든 거친 손마디가 눈에 들어온다.. 많은 것을 말해 주는 사장 아저씨의 거친 손... 커다람한 호두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맨질맨질한 내 손이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사진을 찍어대던 내 손이 부끄러웠다.. 사진을 찍으러 온건지.. 호두나무를 보러 온건지.. 사람을 만나러 온건지...

 

 

휴대전화 카메라는 주머니에 집어 넣고.. 다시 제대로 인사를 한다.. 자기소개를 하고.. 나는 왜 호두나무를 심으려고 하는지.. 사모님이 내어 주시는 커피를 마시며.. 서울 살았던 이야기.. 나이 40에 벌써 노후를 염려해야 하는 팍팍한 세상살이 이야기.. 한시간여를 더 이야기 하다가 다음에 처랑 같이 한번 오겠다.. 인사하고 돌아선다.. 어쩌면 나는 오늘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진상짓을 한건 아니었을까 싶다... 담배를 두개 피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Noix de Ha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