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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ix de Haman

호두농장-중고기계

어느날은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었다. 그냥.. 못 견디겠더라.. 생각해 보니 난 지금까지 10년 후를 생각해 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10년 후면 퇴직.. 혹은 은퇴 할것 같으니.. 내년 부턴 저 산에 호두나무를 심자.. 아직 꿈 같은 이야기.. 하지만 생각만으로도 근사한 기분이 들었다. 왠지 될 것 같았다. 나는 겁없이 덤벼들었다.

 

 

석양에 빛나는 저 산이 온통 호두산으로 변하는 것을 생각하니 잠시 기대에 부푼다. 10,000평이니... 최소한 5,000평은 건지겠네... 열평에 한그루씩.. 400그루 심으면... 6,000 정도는 나오려나... 헛된 셈을 해본다..  

 

멀리서 숲만 보다가 .. 숲에 들어가 나무를 보니.. 막막하다.. 과연 할 수 있을까..? 막막하다... 나무는 심을 수는 있을까.. 이러다 마는건 아닐까.. 기대는 무너지고 잡생각이 잡초처럼 돋아난다.. 덥고 어지럽다.. 모기는 좀비처럼 귓가에 목덜미에 달려든다.. 하... 힘들다...

 

중고 가스예초기 있나요?.. 마침 하나 있긴한데... 힘이 약해 못쓸건데... 15만원만 주소...

가스예초기 하나와 톱 한자루로 칡덩굴도 자르고.. 덤불도 제거하고..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Wilson.. 나 저 덤불을 베야 하는데.. 할 수 있겠어..?" 하루종일 예초기 하나로 불안한 생각들을 정리한다.. 묵언수행 중이다.. 고장날때 까지 나와 운명을 함께 할 것이다..

 

 

Band of Brothers의 소총 한자루 들고 적진 사이를 건너 연락하고 오는 통신병처럼.. 숲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아무렇게나 자라있는 풀들을 아무렇게나 베어내기 시작한다.. "잡초제거"가 아니라.. 사실은 "잡생각 제거"다... 기대 따위는 버리고.. 시작이 반이라 하지만.. 막상 시작하니 앞으로의 일이 더 커질 것을 예감한다..

 

 

Noix de Haman